토지 19권 썸네일형 리스트형 토지 19권 시월도 가고 십일월의 중순, 찬비가 내리면서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바람에 따라 미루나무의 노란 잎새들이 눈보라처럼 흩어져 날아내리곤 했는데 해가 떨어지면서 한층 바람은 드세어졌다. 초겨울의 짧은 해는 창가에 비치는 새 그림자와도 같이 저녁을 먹었는가 했더니 어느새 사방은 캄캄, 칠흑 같은 더움에 마을은 휩싸였다. 나뭇가지를 흔들고 길을 쓸어가는 발마소리만 들려왔다. 비는 멎은 듯했다. 집집마다 목마름과도 같은 등잔불이 켜지고 다그쳤던 추수기를 보낸 느긋함이 없지는 않았으나 초저녁부터 자리에 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배추 뿌리, 고구마 같은 것을 삶아놓고 그것으로 둴 찬 배를 채워가면서 마음아낙들은 목화씨를 지치지도 않고 발라내는가 하면 눈만 흘겨도 찌어질 것 같은 헌 옷에 무를 대어 깁기도 하고 소..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