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썸네일형 리스트형 저녁을 굶은 달을 본 적이 있다 누님 손등에 여린 햇살 몇 올려놓고 싶은 날입니다. 저리 환장한 봄날은 다 누구의 것일까요? 햇살 비치면 먼지도 너무 선명해 싫다고 하셨지요. 이렇게 너무 환한 세상에서 누구도 그런 먼지 따위는 보지도 않아요. 일요일이에요, 주저리주저리 호화롭게 소풍 가는 자동차들이 온통 길을 빼앗아버렸습니다. 집으로 돌아갈 길조차 남겨두지 않았네요. 나도 오늘은 누님과 소풍을 가려고 합니다. 누님이 일하는 공장 뒷산이면 어떠냐고 하지만 난 싫어요. 어디든 그 공장이 보이지 않는 곳이라면 좋겠어요.누님, 기억나지요? 찔레꽃이 피었을 거에요. 날 업고 찔레 새순 벗겨주시던 누님, 쌀밥 같은 싸리꽃, 세상에내가 나 아닌 것과 다르지 않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이제 나는 나 아닌 것들로 나이기만 합니다. 불구의 저녁이기다리는 ..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