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STEPHEN KING 스티븐 킹 4

캐시 베이츠 주연으로 동명의 영화로도 만들어진, 스티븐 킹의 장편 소설입니다. 스티븐 킹의 스타일이 언제나 그런 것처럼, 비정상적 인물들의 신랄한 언사가 난무하고, 우스우면서도 그 무질서함, 난폭상에 마음 놓고 웃을 수만도 없는 난감함이 교차하는 상황 속에, 뚜렷한 트러블이나 범죄, (다른 작품에서라면) 괴물이 등장하여 긴장이 최고조로 치솟다가, 마치 어린이들의 놀란 가슴을 어루만지며 "이건 현실이 아니란다." 같은 자상한 위로를 던져 주듯, 보편적인 인간의 마음에 잔잔한 감동을 선사하며 끝나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이 책 말미에 실려 있는 "스티븐 킹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란 짧은 글에서, 김성곤 서울대 영문과 교수는 그를 일러 "본격 문학과 대중 문학의 경계에 서 있었고, 이제 그 문학적 성취를 경계 다른 편으로 인정받기 시작하는 작가"라고까지 평가합니다. 스티븐 킹을 장르 소설 집필자가 아닌, 거장 작가의 반열에 올려 놓고 싶다는 뜻입니다. 김성곤 교수는 예를 들어 헤럴드 블룸 같은 이를 두고, "자신의 몰이해와 편견으로, 위대한 작가를 애써 평가절하하는 평론가" 정도로 비판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저는 스티븐 킹의 문장이나 스타일이, 아직은 B급의 정서나 분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나지는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우리 독자는 바로 그 이유 때문에 그를 사랑하는 것이지만요.영화에서 캐시 베이츠가 주연으로 등장했다고 하면, 모르긴 해도 내용이 아주 암울하고 갑갑하거나, 오싹하고 무섭거나 둘 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전자입니다. 처음 70여 페이지까지 읽었을 때, 이 책을 고른 것을 후회했습니다. 주인공 돌로레스 세인트조지(결혼 전 성은 클레이본)는, 주정뱅이에다 무능하고 기본적인 인성이 갖춰지지 않은 채 게으르고 교활하기까지 한, 전근대적 폭군형 남편의 전형 같은 위인의 아내였습니다. 돌로레스는, 역시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지 못하고 가난한 형편인데다, 추녀의 얼굴에 성격도 괄괄하지만, 최소한 책임감과 가족애가 뭔지는 아는 여성입니다. 그녀는 대단히 괴팍하고 성질 사나운 수전노 노파의 집에서 가정부로 일하게 되는데, 영미권에서 말하는 컴패니언을 겸한 직분처럼 보입니다(말상대도 해주고 신변밀착형 시중을 드는 역). 하지만 그녀가 주로 치러 내야 하는 일은 거대한 저택의 청소와 집안 정리인데, 워낙 주인 노파의 지시사항이 까다로운지라 원래 몇 주를 배겨내는 피용인이 없었습니다. 돌로레스 역시 성깔이라면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편이지만, 이 노파가 일단 지시사항과 사전 약속만 충실히 이행하면 다른 걸로는 까탈을 부리지 않는 성격임을 알고, 때로는 고용인과 신경전을 벌이기도 하면서, 고된 노동을 참아 내며 몇십 년을 버팁니다. 이 과정에서, 구경하는 독자로서는 웃음을 참을 수 없는 상황 묘사가 자주 나오지만, 돌로레스의 딱한 처지를 생각하면 그럴 수도 없어 난감한 처지에 놓입니다. 이 소설은, 이제는 노인이 된 돌로레스가 지역 치안 당국에서 파견한 수사관의 조사를 받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정확하게는, 시점이 1인칭 주인공으로 설정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객관적으로 지금 어떤 장면이 펼쳐지는지 들여다 볼 수 없고, 오로지 돌로레스 노인이 자신의 입으로 전달하는 내용에만 의존해서 진상을 따라잡아야 합니다. 돌로레스 노인은 젊어서도 그랬지만, 이제 나이까지 들고보니 무서운 것도 꺼리는 것도 없습니다. 자신을 조사하러 온 경찰관이, 어린 시절 기저귀를 차고 다녔던 모습까지 다 지켜 본 그녀는, 토박이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자기 인생을 자기 의지대로 영위하면서도 양심에 꺼릴 짓을 아무것도 하지 않은 당당한 인생으로서, 그리고 무엇보다 (나중에서야 밝혀지지만) 두 아이를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성공 인생으로 키워 놓았다는 입장에서, 수사관을 두고 여유 있게, 갖고놀아가며, 주눅들지 않고, 그러나 온전한 진실로만 자신의 진술을 채우며, 유장하고 쫄깃한 표현으로 이야기를, 그 길고 긴 사연을, 펴 나갑니다. 앞서 말했듯이, 이 소설은 캐릭터 돌로레스 클레이본이, 어떻게 해서 한 여인의 몸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었던 시련을 극복하고, 사랑하는 자식들에게 행복한 인생을 틔워 주었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앞부분만 보고는, 새로운 각오를 다질 시점에 읽을 책으로는 선택이 적당치 못했다는 생각이 잠시 들었습니다만, 내용 완독 후에야 이 책이 "희망"을 선포하는 의도임을 알았습니다. 김성곤 교수(이 책 역자는 아닙니다)는 말미의 해설에서,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셀리나(돌로레스의 딸)이라고 볼 수 있다고까지 말씀하시는데, 그건 아마 영화를 본 관객의 입장에서 더 수긍이 가는 평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저는 동의하기 힘들고요 ^^). 김 교수는 스티븐 킹의 서사 구조를 두고, "과거의 상흔으로 괴로워하는 주인공이, 결국은 과거로 다시 돌아가 괴물(상징적 의미에서의)을 퇴치하고 귀향한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말합니다(그런데 이 지적 역시, 이 작품보다는 영화에 더 잘 맞는 설명입니다). 김 교수님이, 이 돌로레스라는 캐릭터에 그리 큰 점수를 주는 이유는, 바로 당신 자신이 엄친딸을 잘 키워낸 모범적인 대한민국 아버지라는 사실에도 어느 정도 기인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습니다. 이 소설은 스릴러 장르에 가까우므로 내용을 자세하 밝힐 수 없어서 아쉽지만, 만약 읽고 싶은 분들은 반드시, 소설을 먼저 읽고 영화를 보셔야지 그 반대가 되면 좀 곤란하다는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화는 딸 셀리나의 귀향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데, 그건 사실 이야기의 참재미를 좀 감쇄시키는 선택입니다. 그렇게 되어서는 전체적으로 한 불운한 여인의 (다소 궁상맞은) 고생담 쪽으로만 서사의 의미가 축소되기 쉽죠. 앨리스 워커의 <컬러 퍼플>과도 비교해 읽으면 좋을 듯합니다.

스티븐 킹이 쓴 40편의 장편 소설은 35개국에서 33개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70여개의 영화와 텔레비전 시리즈로 제작되었다. 그는 공포소설의 외피를 빌려, 삶과 죽음, 사랑과 집착, 도전과 좌절, 신과 인간 등 인간의 본질적 문제에까지 파고드는 훌륭한 작가이다.2003년 미국의 권위있는 문학상인 전미도서상(National Book award)에서 미국 문단에 탁월한 공헌을 한 작가 에게 주는 상을 수상한 스티븐 킹. 그의 대표작들이 말끔한 편집과 새 번역, 단단한 양장본의 모습으로 재출간된다.영화포스터(부서진 문 사이로 보이는 잭 니콜슨의 기괴한 얼굴 표정)가 썩 인상적인 샤이닝 은 한 호텔에 겨울철 관리인으로 들어간 평범한 교사 가족에게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소설을 쓰면서 점점 미쳐가는 주인공의 심리를 예리하고 밀도 깊게 그려나간다.

서문
돌로레스 클레이본

해설 / 스티븐 킹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