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시대가 지나갔다. 질곡많았고 답답하고 기대하고 실망하고 번잡했던 시대가그가 돌아가심으로 마무리가 되었다.아무 생각이 없이 살아간다는 것을 평범하게사는 것이라 이야기한다면 그의 시대 역시 평범할 수 있었겠지만, 그는 생각을 흔들었기에 그 시대는 앞에서 말한 그런 번잡한 시대였고 그의 숨이 멈춤으로 그에 의해 흔들릴 수 있었던 시간 역시마무리가 되었다.
세상은 여전히 흐르고 파도치듯 요동하는 모습속에서자본에 의한 사회의 위기감이 증폭되는 가운데 생각은 계속 흔들려야만하는 시기이다. 그리고 여전히 그의 글들은 생각을 흔들기에 부족함이 없지만더이상 그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더 이상 그의 현실감있는 비판을 들을 수 없다는 사실은커다란 아쉬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그가 말한대로 그의 글은 오로지 진실에서 시작하여 진실로 끝이 났다.진실 자체만을 담은 글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어떤 기준으로 보아도 중립이고 이를 통해 많은 생각들이 쏟아져 나와야 한다. 진실이냐 아니냐 하는 비판은 있을 수 있으나가치중립적인 면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글에 대해 세상은 그러하지 못했다. 진실을 추구하는 자체만으로 의식화의 원흉 이니 사상의 은사 이니 하며비판과 평가가 난무했던 사회는 그 자체로 건강하지 못하고 왜곡되고 기울어진 사고가 판치는 사회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진실만 추구하는 글을 통해 사람들은 머리에 찬물 한 바가지 를 뒤집어쓰고 생각이 뒤집히며 뒤흔들어지는 기분으로정의와 자유를 외쳐야만 했던 그 시대는 얼마나 버겁고 괴로웠던 시대였는가.
이제 그의 글은 진실로 가치중립적이 되었는가? 우리는 여전히 그의 글에서 생각의 진동을 느낀다. 세상은 여전히 기회주의자가 난무하고 생각의 좌표가 될 기준은 진실과는 상관없이 여기저기 난립해있다. 싸움의 상대는 독재에서 자본으로 옮겨지며 폭력과 동시에 유혹을 발산하는 상대앞에서 혼란마저 느끼고 있다. 그는 존재하지 않지만언제나 존재할 그의 글은여전히 싸워야만 할 시대적 흐름안에서머리에 들이붓는 찬물 한 바가지 이다. 그런 그의 글의 가치를 논하기 전에 여전히 바뀌지 않는 왜곡되고 기울어진 세상의유지에 대한 근본적 고민부터 하게 되는 지점이 형성된다.사회적, 역사적 진실은인간사회의 사고의 틀을 형성하는 기본적인 요건인데 우리는 대체 언제까지 그런 사회적 진실만으로도 자유를 갈망하고 변화를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 것일까? 기회주의자들의 효과적인 지배체제때문일까 아니면 우리의 게으름의 소치일까? 그의 글은 대체 언제가 되어야만 우리에게 진실 그 자체로 쓰여진 가치중립의 당연체로 받아들여질까?
600여 페이지의 방대한 책이지만읽기가 참 편하다. 객관성을 유지하려는저자의 노력도 엿보이는 데다가 한국현대사의 근간과 역사적 진실이 담겨있어 한 인물의 생을 골간으로 하여역사를 설명하는 역사책이기도 하다.그만큼 그는 현대사의 질곡의 중심에 서 있었다. 그것은삶의 시기면에서나 직업면에서나우연이 작용했기도 하겠지만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좀 더 냉정하게 그를 바라볼 수 있었던 독서였다. 그가 돌아가신 후 감정적으로 허탈감이 들었지만 이제 그런 흔들림 없이 다시금그의 책들과 글을 읽었던 기억을되돌아보면서정리하는 마음으로 읽어내려간 독서였다. 그리고 생각한다. 그는 자체로 진실이었다고. 그를 좌와 우의 어느편으로 평가하거나 어떤 의식화된 생각의 소유자로 평가하는 것은 그에 대한 무례이자 그렇게 이야기하는 사람 자체의 무식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는 단지 우리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들어 준 스승 이었을 따름이다.우상에 도전하는 이성의 가치를 견지하는 일은 그를 통해 생각을 하게 된 우리의 당연한 의무이다.
야만의 시대, 우상의 칼에 맞선 이성의 펜
사상의 은사 에서 의식화의 원흉 까지, 한국현대사 참 지성의 봉우리로 우뚝한 언론인 리영희의 파란곡절로 점철된 생애와 사상을 조목조목 짚어낸 평전이다. 장준하 평전 , 김대중 평전 등 거목들의 일대기를 통해 한국 현대사를 정리해 온 전 독립기념관장 김삼웅이 펜을 들었다. 민주와 자유 그리고 오로지 진리에 봉사한 휴머니스트 리영희의 생애와 사상을 다양한 프리즘으로 조명한 이 평전은 자서전 역정 과 대화 는 물론 십 수권의 저서와 수백 편의 글을 아우르고 각계각층의 다양한 ‘리영희론’을 수렴하여 정리하고 평했다.
이 평전은 저자와 리영희와의 깊고도 오랜 교감과 저자의 각고의 노력 끝에 나온 잘 익은 된장 이다. 숱한 평전을 써온 저자의 지론대로 평전은 시비是非를 치우침 없이 다루는 것 이지만 실명비판으로 악명(?)을 떨친 강준만의 필하筆下에서도 거의 유일하게 온전한 리영희인지라 역시 이 평전에서도 비非는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있다면 아들, 남편, 아버지로서 가족에게 소홀했다는 것이다. 그 엄혹했던 야만의 시대에 지식인으로서 ‘일인분의 역할’을 다하고자 했던 리영희로서는 가족을 제대로 돌볼 겨를이 없었겠지만 1989년 화갑을 맞아 그 ‘잘못’을 가족들에게 사과하고 비로소 가족의 사랑으로 돌아가고 싶다 고 했다.
리영희의 글은 방황하는 지식인에게 양심을, 주린 민중에게 밥을 주었다. 밥이 되는 양심을 나눠주었다. 리영희의 그런 진면목을 조목조목 그리고 종합적으로 그려낸 이 평전은 평생을 우상 타파에 바친 이성의 파수꾼 의 바이러스를 다시 퍼뜨리는 데 손색이 없어 보인다.
책머리에_ 우상의 칼에 맞선 이성의 펜
제1장 평생을 우상 타파에 바친 이성의 파수꾼
‘리영희인’과 ‘그와는 무연한 사람’으로 나뉘는 세상
루쉰을 글쓰기와 생활의 은사로 삼다
권력의 탄압을 무릅쓰고 진리 추구의 길을 걷다
지식청년으로 무엇보다 인간적 가치를 존중하다
병마를 딛고 일어나 다시 우상타파에 나서다
제2장 유복한 출생 그러나 고단한 성장
운산에서 태어나 삭주에서 자라다
공무원 아버지와 부잣집 딸 어머니
가족의 ‘민중사’로부터 저항과 비판의 뜻 키우다
서울 유학 중 근로동원으로 학업을 중단하다
제3장 8.15해방과 6.25전쟁 그리고 청년 리영희
고향에서 일제패망과 민족해방을 맞다
혼란기의 서울, 친일파가 다시 득세하다
해양대학생이 되어 반탁운동을 하다
교사 재임 중 통역장교로 입대하다
전시의 최전방에서 군대의 비리와 모순에 분개하다
청렴으로 일관한 삶, 부친 회갑연도 못 차리다
리영희의 길, 마르크 블로크의 길
제4장 4월 혁명의 격랑에 온몸을 던진 기자의 혼
합동통신 외신기자로 사회 첫발을 딛다
이승만의 폭정을 보며 변혁의 시대정신에 눈뜨다
궁핍을 팔아 기자의 정도를 지키다
워싱턴포스트 지에 ‘진실’을 기고하고
‘장학생’으로 미국 연수를 가다
이승만 독재정권을 비판하고, 4.19혁명 일선에 나서다
워싱턴 포스트 지에 혁명의 실상을 기고하다
대학교수들, 학생들이 다 차린 밥상에 숟가락만 얹다
뉴리퍼블릭 지에 중립화 문제를 기고하다
제5장 기자 리영희와 군인 박정희, 그 숙명의 대결
5.16쿠데타에 분연히 반대하고 나서다
잇따른 ‘특종 사고’로 군정의 탄압이 가중되다
공약을 저버린 박정희, 리영희의 계속되는 ‘특종 사고’
13평짜리 ‘진보의 성지’를 마련하다
제6장 잇따른 필화와 강제해직의 수난
조선일보 외신부장으로 이직, 첫 필화와 회사에서 활극
베트남 취재 거부로 사직을 강요당하다
베트남전쟁의 진실을 알리고 참상을 고발하다
외판원으로 생계를 꾸리다가 합통통신에 복직하다
본격적인 논문 발표, ‘64인 지식인 선언’으로 다시 해직당하다
줄담배와 배갈 그리고 치열한 글쓰기
중국 근대화 100년사 탐구 그리고 ‘조건반사의 토끼’
‘전환시대의 논리’로 사상의 단비를 뿌리다
제7장 행동의 길로 나선 사상의 은사
대학교수가 되어서 더욱 치열해지다
반이성에 대항하는 글쓰기와 더불어 사회운동에 앞장서다
중국문제연구소 설립으로 지식에 날개를 달다
냉철한 ‘이성’으로 ‘우상’의 심장을 쏘다
제8장 우상들과 투쟁, 감옥에서 한철
D검사와 리 교수의 ‘웃기는’ 논쟁 3막
‘정찰제’ 재판과 상고이유서 감옥에서 보낸 ‘불효’의 나날
‘투사’가 되어가는 아내 감옥에서 들은 ‘우상’의 사망소식
제9장 피로 물든 서울의 봄 그리고 외로운 호랑이와 그 벗들
피로 물든 ‘서울의 봄’ 그리고 조작된 ‘내란음모죄’
루쉰의 글을 통해 5공체제를 비판하다
일제 말기의 친일군상과 일본 교과서 왜곡의 본질을 말하다
한 시대를 지탱하고 지켜낸 ‘양심’들과 교감하다
자서전 집필 중 끌려가 ‘북괴 찬양선동죄’로 구속되다
제10장 뒤늦은 복직 그리고 숱한 간난 끝에 얻은 자유의 날개
‘미문화원 방화사건’ 증인으로 법정에 서다
뒤늦은 복직 그리고 친일부역자 비판
23년 만에 얻은 ‘자유의 날개’로 일본에 가다
독일 연구소 초청으로 아내와 유럽 여행을 떠나다
한국이 베트남에 사과부터 해야 하는 이유
제11장 6월 항쟁과 한겨레 그리고 방북취재기획
우파의 ‘부패’와 좌파의 ‘분열’에 일침을 놓다
버클리 대학에서 강의하는 한편 자서전을 정리하다
국민이 만든 한겨레 창간으로 새로운 활력을 얻다
주한 미국대사에 반론을 제기하고 세기의 논쟁을 제안하다
‘남북한 전쟁능력 비교연구’로 또 하나의 우상을 깨다
방북취재단 ‘사건’으로 정권의 탄압을 받다
곡필 언론인과 기회주의 지식인을 질타하다
파란곡절의 60년 화갑을 맞아 지나온 인생을 돌아보다
제12장 동구권의 변혁과 현실사회주의 패배 선언
세계변혁의 길목에서 ‘역정’을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다
‘자유인’의 표상, 북한 학자와 심포지엄에서 만나다
‘문민정부’에 좌절, 그래도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
제13장 꺼지지 않는 이성의 불꽃
결혼 40년 만의 작은 행복, 온수 나오는 집과 유럽여행
리영희가 여전히 비종교인일 수밖에 없는 까닭
‘퇴장선언’에도 불구하고 펜을 내려놓을 수 없는 까닭
‘못다 이룬 귀향’의 슬픔, ‘준법서약’의 굴레를 벗긴 기쁨
제14장 다시 누가 있어 그의 이성을 이을 것인가
반세기의 ‘신화’와 싸워온 ‘동굴 속의 독백’
병상에 누워, 다시 거꾸로 도는 역사의 시계를 보는 슬픔
자서전 출간, 그리고 절필선언에 따른 ‘리영희 생제문’
노령에 터진 상복賞福도 ‘시대의 상심’에 위로가 되지 못했다
제15장 리영희, 마지막 인터뷰
닫는 글_ ‘1인분의 역할’의 의미를 되새기며
편집후기
연보
각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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