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에 삼촌 방이 비면 들어가 낮잠을 자기도 했다. 그 공간은 신기했다. 물건들을 뒤적이거나 기타를 튕겨보기도 했고, 카세트 테이프 플레이어를 눌러 비틀즈의 노래를 틀어놓은 채 삼촌 책상에서 책을 읽었다. 가끔 서랍 속 연애편지를 읽으면서 맞춤법이 틀린 자리에 연필로 동그라미를 쳐놓기도 했다. 책상 앞에 손으로 써서 붙여놓은 기형도의 <안개>는 그때 당시 무슨 암호 같기만 해서 우리말로 읽히지 않았으나 그의 청춘 시절이라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되었다. 그런 삼촌 방이 나의 공간이 된다니. 마치 집을 보러온 세입자라도 되는 듯, 그 방의 소유주가 된다는 가능성이 커지던 어느 날부터는 정탐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이 책은 오래 전에 읽던 책인데,그때는 별다른 느낌을 받지 못하고 끝까지 읽지 못했어요.어쩌면 작가에 대한 부러움과 질투심 때문에 시종일관 삐딱한 시선으로흘겨보다시피 이 책을 읽어서였을지도 모릅니다.그녀의 따뜻한 글씨와 그것보다 열배는 더 따뜻한 그녀의 카메라 앵글이부러우니까요.
나를 위로하고 타인과 소통하는 공간에 쌓인 기록들
어릴 때부터 자기 방을 가져본 적 없는 여자가 있다. 항상 자신만의 공간을 꿈꾸던 여자는 ‘언젠가 내 공간이 생긴다면’이라는 상자를 만들어 채워간다. 회사를 다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시부모와 함께 살지만 여전히 책상 하나 따로 없다. 온전히 혼자일 수 있는 공간에 대한 꿈은 이제 커져서 그녀와 닮은, 자유롭고 달콤하기까지 한 그녀들만의 아지트로, 바로 ‘마켓 밤삼킨별’이 되었다. 이곳은 단순히 물리적인 장소뿐만 아니라 정서적 의미도 포함한다.
당신에게 힘을 보낼게, 반짝 은 전 세계를 다니며 「포토 다이어리」 시리즈를 낸 여행 사진 작가이자 따뜻한 손글씨로 감성을 나누는 캘리그라퍼 김효정이 너무 바쁘고 너무 무리하고 너무 열심인 모든 여성들에게 건네는 위로와 소통의 통로이다.
남자아이에게서 받은 편지를 들키지 않고 오래오래 읽을 수 있고, 혼자 펑펑 울고 싶어 문고리를 잠글 수 있는 열두 살 여자아이가 갖고 싶은 방 이야기로 이 책은 시작한다. 영화 「써니」를 연상하게 되는 옹기종기 모여들던 여중생 시절 친구네 집에서, 예비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하던 카페로 그녀의 공간들에 대한 추억들은 예전 ‘언젠가 내 공간이 생긴다면’이라고 만든 상자에 차곡차곡 쌓인다.
도대체 밤삼킨별의 뜻이 뭔지, 홍대 골목골목을 돌아 겨우 찾을 수 있는 이층집에 왜 카페를 차렸는지, 부엉이는 왜 좋아하는지와 그 많은 부엉이를 어떻게 모았는지, 손글씨 연습은 어떻게 했는지 그녀의 수많은 작업들 속에는 사람도, 이야기도 가득하다. 이 이야기들은 마켓 안 사진들 한 장 한 장에 담겨 있는, 오랜 시간 놓치지 않았던 그녀와 공간, 인연의 이야기며 우리의 이야기다.
Foreword 당신에게 힘을 보내고 싶은 사람들의 이야기
Prologue 공간을 채우는 이야기, 사소한 것부터
#1 그녀, 공간을 꿈꾸다
˚열두 살부터 소중히 키워온 꿈 ˚여자아이들이 꿈꾸던 공간 ˚마켓 밤삼킨별의 시작, 밀밭 ˚일요일 목욕탕의 여자들 ˚가끔은 혼자이고 싶은 여자 ˚호텔방에 대한 기록 [여행자의 기분 +앉았다 일어서기+시간 여행+밥 한번 먹는 일+공부]
#2 그녀, 공간을 만나다
˚오래된 아이디어, 밤삼킨별 ˚마켓 밤삼킨별, 단독주택에 짓다 ˚우리가 공간 곳곳에 묻어나길 [보이지 않는 아이템 찾기+조금은 어렵게 찾아오는 것이 홍대와 밤삼킨별에 대한 예의+나를 닮은 공간 채우기 꾸미기+맛있고 예쁜 이야기] ˚그냥 그대로인 것들 [나를 그대로 두세요+소품+엄마의 정성, 유일무이+은근한 시선] ˚고양이의 첫인사 ˚우리 결혼했어요 ˚창밖을 보라 그리고 나가보라 ˚17계단을 올라 이 층에 탑승하다 혹은 환승 ˚창가에 숨은 곰 두 마리
#3 그녀 , 공간을 만들다
˚소품, 공간을 채운 부엉이 ˚부엉이 방의 주인공을 소개합니다 [를.런.던 삼총사+에.펠.탑과 파리+베.네.치.아+커플+노.팅.힐.스.탬.프+부엉이 오형제+학.구.파+324 다시와 2호] ˚부엉이 방, 연예인을 만난다는 ˚시작을 함께했던 고마운 친구들 [앨리스+제주도의 헬로우 메이, 지영+주헌 부부+십장 금짱, 금장호+커피이모+190 -1+3 윤철 셰프] ˚카페가 좋아지는 이유 ˚여행의 공기, 소품들의 출처 ˚소품, 시간의 이야기 ˚이 층 다락방 책장엔 1-202의 이야기가 있지
#4 공간에 숨을 불어넣다
˚면역력이 존재하는 공간 [음식+모히또 더블로 8잔+about coffee +겨울 레몬] ˚P.O.S의 포스 ˚손글씨에서 치자 꽃 향이 맡아져 ˚지금 나오는 노래가 뭐예요? ˚그리고 오늘의 선곡 ˚서랍 속 ˚월드비전과 니제르에 가다 ˚아름다운가게의 굿모닝 베트남 ˚희귀 이방인의 사진 한 장 ˚아름다운 건 실천하는 마음
#5 공간에서 타인을 만나다
˚몰래몰래 아닌 척 그렇게 바라보다 ˚손글씨, 카페 그리고 인연 ˚옆 골목 쇼 ˚신발을 벗고 머물다 [연애의 도청장치+야외테이블+크리스마스+눈 오는 날] ˚이별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그 남자의 말 ˚반드시 할 나의 결별 리스트, 작전명 뜨거운 안녕
Epilogue 핀란드 헬싱키 328호, 작약 향이 채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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